글을 쓰다 16

자꾸만 멀어지고 있네

자꾸만 멀어지고 있네 1 스무 살 사랑은 봄 아침 햇살 눈 감으면 황홀한 진달래 빛이 세상에 가득했지 너를 한껏 안고 싶었어 다시는 없을 것 같은 설렘은 심장이 터질 것 같던 떨림은 엊그제 새긴 타투 같은데 민들레 같던 네 웃음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사랑한다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고 곁에 서 있던 나를 가지런히 빗은 단발머리에 반짝이던 햇빛은 알아챘을까 2 바람이 서늘해지면 점점 사그라드는 햇살 눈 감으면 잘 익은 감색 빛 포근한 이불 안이야 돈에 설레이고 세상사에 떠는 아저씨가 된 나는 가끔은 네가 궁금하다가도 잘 살고 있을 거라 믿어버려 3 어느 날인가 산책길 나를 앞질러 걷고 있는 스무 살 너를 다시 보았다 나이 들고 병든 나는 그 걸음에 발맞출 수 없어 재잘재잘 까르르르 젊은 계집아이들이 내 앞에서..

글을 쓰다 2022.08.01

낙엽송가(落葉送歌)

낙엽송가(落葉送歌) 봄부터 여름 내 사명을 다한 너희의 죽음은 숭고하다 착한 생을 마친 너희는 알록달록 수의를 입고 세상 낮은 곳으로 내려와 엎드려 있다 바람이 미는 데로 이리저리 쓸려 다니다 돌개바람이 불면 손잡고 빙글빙글 도는 주검들의 무도회 하늘로 오르려 하지만 끝내 떨어지고 만다 더는 구천을 떠돌지 말고 좋은 곳 가라고 지노귀굿 한 판 벌여주랴 너희를 밟으면 온몸 부서지며 부르는 이승의 마지막 노래 사시락(死始樂) 사시락(死始樂) 2001 처음 쓰고 2021 다시 씀

글을 쓰다 2022.08.01

고백

지난겨울 내 가슴속엔 찬바람만 웅웅웅 울어댔지 아무것도 살지 못할 것만 같았어 마감시간 직전에 보았던 스탬프잉크, 인주가 잔뜩 묻은 그녀의 작은 손은 안쓰럽고도 사랑스러워 그때부터였을 거야 햇볕이 비치고 땅이 녹아 새싹이 돋고 줄기가 자라 솜사탕 같은 꽃들이 피어 텅 비었던 들판을 가득 채웠지 그 누가 알 수 있을까 사랑이 어떻게 오는지 봄이 어디서 오는지를 그녀를 볼 때면 다짐했지 말해야지 말해야지 벚꽃이 분홍 비(雨)로 흩날리기 전에 말해야지 말해야지 플라터너스 잎이 내 손보다 커지기 전에 그대가 내게 온 마음 살아 뛰는 봄을 가져다주었다고 1994년 처음 쓰고 2021년 다시 씀

글을 쓰다 2022.07.18

굿바이

굿` 바이 : Good&Bye Good & Bye 8.9 감독 타키타 요지로 출연 모토키 마사히로, 히로스에 료코, 야마자키 츠토무, 요시유키 카즈코, 요 키미코 정보 드라마 | 일본 | 130 분 | - 글쓴이 평점 Good & Bye 지금 내 나이 보다 일곱 살 많았던 그가 죽었다. 어떤 이는 미인박명이라며 안타까워했고, 어떤 이는 죄 많은 놈이라 하기도 하였다. 내게는 그런 말들이 하나도 와 닿지 않았다. 나는 그의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는 시한부 삶을 살고 있었다. 의사는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간이 있다고 했다. 시한부 낙인을 받은 후 4개월도 채 살지 못하고 그는 이승을 떠났다. 그의 죽음을 맞닥뜨렸을 때 나는 “시한부”라는 말의 충격도 제대로 못 추스르고 있었다. 나는 ..

글을 쓰다 2011.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