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를 샀다
요즘 유행은 딱 달라붙는 스키니
다행히 살이 많이 찌지 않은 나는
젊어 보이게 입을 수 있다는
옷 가게 주인의 말에
장사치 공치사 인줄 알면서도
기분 좋아한다
아하하, 나도 이제 중년이지
유행하는 스타일의 옷을
입기 버거운 나이야
내 이십대 때 유행은 헐렁한 디스코 바지
이십 일 세기 유행은 딱맞는 스키니 바지
문득 말야
사람에도 유행이 있다면
요즘 유행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졌다
딱 맞는 스펙에
허벅지 종아리 맞춰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십 일 세기엔 유행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참말일까? 참말인가?
그저 소문이면 좋을 텐데
이십 세기 말 언저리에 대한민국에서 유행했던
혁명을 말하던 마초들은 모두 어디 갔을까?
평등한 세상 한번 입어 보지도 못 하고
어디서 할렁한 막걸리 잔을 채우고 있을까?
자, 나도 건배!
'글을 쓰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엽송가(落葉送歌) (0) | 2022.08.01 |
---|---|
고백 (0) | 2022.07.18 |
나무는 눈을 털어낸다 (0) | 2013.02.15 |
늦가을 살풍경 (0) | 2012.11.14 |
굿바이 (0) | 2011.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