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고백

이뤄질꿈 2022. 7. 18. 17:14

지난겨울 내 가슴속엔

찬바람만 웅웅웅 울어댔지
아무것도 살지 못할 것만 같았어

마감시간 직전에 보았던
스탬프잉크, 인주가 잔뜩 묻은
그녀의 작은 손은
안쓰럽고도 사랑스러워

그때부터였을 거야
햇볕이 비치고 땅이 녹아
새싹이 돋고 줄기가 자라
솜사탕 같은 꽃들이 피어
텅 비었던 들판을 가득 채웠지

그 누가 알 수 있을까
사랑이 어떻게 오는지
봄이 어디서 오는지를

그녀를 볼 때면
다짐했지
말해야지 말해야지
벚꽃이 분홍 비(雨)로
흩날리기 전에
말해야지 말해야지
플라터너스 잎이
내 손보다 커지기 전에

그대가 내게
온 마음 살아 뛰는
봄을 가져다주었다고


1994년 처음 쓰고
2021년 다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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