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멀어지고 있네
1
스무 살 사랑은
봄 아침 햇살
눈 감으면
황홀한 진달래 빛이
세상에 가득했지
너를 한껏
안고 싶었어
다시는 없을 것 같은 설렘은
심장이 터질 것 같던 떨림은
엊그제 새긴 타투 같은데
민들레 같던 네 웃음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사랑한다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고
곁에 서 있던 나를
가지런히 빗은 단발머리에
반짝이던 햇빛은 알아챘을까
2
바람이 서늘해지면
점점 사그라드는 햇살
눈 감으면
잘 익은 감색 빛
포근한 이불 안이야
돈에 설레이고
세상사에 떠는
아저씨가 된 나는
가끔은 네가 궁금하다가도
잘 살고 있을 거라 믿어버려
3
어느 날인가 산책길
나를 앞질러 걷고 있는
스무 살 너를 다시 보았다
나이 들고 병든 나는
그 걸음에 발맞출 수 없어
재잘재잘 까르르르
젊은 계집아이들이
내 앞에서 장난치며
함박웃음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그 곁에
스무 살 내가 그림처럼
발맞춰 함께 걷고 있네
자꾸만 멀어지고 있네
2020년 12월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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