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을 꺼내보았다.
우연히, 그야말로 우연히
조세희선생의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책장을 휘리릭 넘겨보았다.
귀퉁이가 거의 갈색으로 바랬고
촌스런 활자체 글씨들이
빼곡히 박힌 종이들이 넘어갔다.
그러다 어느 페이지에서 멈췄다.
옅은 초콜릿색으로 변한 은행잎이
손흔들고 있었다.
20 대 초반의 고민 많던 청년은
지금까지 어디 있었냐며, 너도 나처럼 변했냐며
내가 붉게 썩어가는 가는 것처럼
너도 그러냐며 오랜 안부를 물었다.
반갑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했지만
이내 난 책을 덮었다.
***
표제소설인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몇 문장을 적어본다.
"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 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애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모든 것을 잘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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