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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입에 올리기도 꺼림칙한 토막 살인 사건으로 시작하는 영화다.
18금 영화답게 잔인하고 역겨운(?) 장면들이 좀 나온다.
검시 장면이나 증거조작 과정에서 보여주는 장면들을 보고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18금”이라는 것을 반영한다면 그런 장면들은 다른 영화에서 더욱 진하게 묘사한 경우도 많으니 위에 말한 역겨움(?)은 애교로 볼만하다.
하지만 마지막 반전은 정말 깨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때까지 극을 이끌어 오던 모든 긴장감을 한순간에 무너뜨려버렸다.
“납치당한 딸을 살리기 위해 살인범의 증거를 조작해야 하는 아버지와 딸의 목숨을 쥐고 있는 살인범과의 머리싸움!”
얼마나 긴장감 넘치는가.
살인범이 복수를 할 수 밖에 없게 만든 정황, 복수과정, 등장인물들의 관계 등 이야기 구조도 탄탄하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아서 종반부까지는 볼만했다.
영화가 상영중이라 “부르스 윌리스가 귀신이야!”보단 못하겠지만, 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한 내용은 쓰지 않겠지만 마지막은 정말 기가 막힌(??) 반전이 아닐 수 없다. 극이 시작하는 처음의 전제를 완벼하게 깨부수(무시하)는 반전이랄까?
극 중 설경구가 맡은 역할은 20년 가까이 검시를 한 경찰 대학에서 강의까지 하는 베테랑 법의학자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검시하면서 속아 넘어갈 정도의 싱크로율을 자랑한다는 것이 가능한 걸까? 제 짝이 아니라 전혀 맞지 않는 것이 당연할 텐데 말이다. 영화를 본 분들은 내가 말하는 싱크로율이 무엇인지 알 것이다.
농담을 조금 섞어서 말하자면, 이 영화는 매너리즘에 빠져서 초동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대한민국 경찰을 고발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참, 영화에서 금강과 밀로의 비너스와 시체를 비교하는 장면은 참 재미있었다.
***
뱀발을 붙이자면,
제목에 걸맞게 끝내 용서는 없다.
복수에 용서나 자비 따위가 낄 틈은 없을 테니까.
영화 “밀양”에 나오는 것 같은 자위용(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의) 용서보다는
차라리 용서가 없는 편이 나을 것 같다.
평생을 증오하고, 저주하는 편이 오히려 인간적인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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