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동화] 개미 똥꼬는 무슨 맛일까?

이뤄질꿈 2008. 5. 5. 17:02

순백이는 할아버지 댁에 와 있었어요.

엄마가 동생을 낳으러 가셨어요.

그래서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 아빠는 열 밤만 할아버지 댁에 있으라고 하셨어요.

이제 다섯 밤만 지나면 엄마, 아빠가 예쁜 동생을 데리고 올 거예요.

순백이도 동생이 빨리 보고 싶었어요.

 


순백이는 집에서 가지고온 장난감을 가지고 마루에서 놀고 있었어요.

순백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기차였어요.

 


장난감 기차가 칙칙 떠나간다.

과자와 사탕을 싣고서

엄마 방에 있는 우리아기한테 갖다 주러 갑니다.

 


동생이 태어나면 순백이는 엄마가 불러주던 노래처럼 과자와 사탕을 가득 실어서 동생에게 가져다주려고 마음먹고 있었어요.

 


그때 부엌에 계시던 할머니께서 말씀하셨어요.

“순백아, 할아버지 오실 사간 됐는데, 한번 나가보렴. 할아버지 오시나.”

“예.”

순백이는 할머니께 큰 소리로 대답하고 대문 앞으로 나갔어요.

할아버지가 오시는지 둘러봤지만 할아버지는 아직 오지 않으셨어요.

순백이는 할아버지가 오실 때까지 대문 앞에서 기다리기로 했어요.

 


순백이는 대문 옆 담 아래에 앉았어요.

담 아래에 난 풀을 하나 뜯어서 그림그리기 놀이를 시작했어요.

처음엔 풀에서 물이 나와서 그림이 잘 그려졌어요.

그런데 풀에 흙이 묻어서 점점 그림이 안보였어요.

순백이는 다른 풀을 또 뜯어서 그림을 그렸어요.

다시 그림이 잘 그려졌지요.

그런데 또 금방 물이 말라 그림이 안보였어요.

순백이는 풀을 또 하나 뜯었어요. 그리고 또 그림을 그렸어요.

그렇게 몇 번을 풀을 뜯어서 그림을 그리다보니 재미가 없어졌어요.

 


“아, 재미없다.”

순백이는 들고 있던 풀을 휙 던졌어요.

풀이 날아가 떨어진 곳을 보니 개미들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어요.

개미들이 다니는 건 전에도 본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 개미들은 전에 집에서 본 것보다 큰 개미들이었어요.

색도 훨씬 검고 힘도 세 보였어요.

개미들은 개미들만 다니는 길이 있는 것처럼 줄서서 열심히 오고 가고 있었어요.

저쪽에서 오는 개미들은 입에 뭔가를 물고 오는 개미들이 많았어요.

아마 개미가 먹는 밥인가 봐요.

반대쪽에서 오는 개미는 아무것도 물고 있지 않았어요.

그리고 저쪽에서 오는 개미와 만나면 더듬이를 서로 맞대고 인사를 하기도 했어요.

둘이 친구인가 봐요.

 


신기하게도 개미들은 계속해서 길을 따라 왔다 갔다 했어요.

순백이는 개미가 몇 마리나 있는지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앞에 지나가는 개미들을 세어보기 시작했어요.

개미 한 마리

개미 두 마리

개미 세 마리

개미 네 마리

순백이는 노래하듯이 개미를 세나갔어요.

개미 다섯 마리

개미 여섯 마리

개미 일곱 마리

개미 여덟 마리

개미 아홉 마리

순백이는 열 마리도 세지 못하고 세기를 그만뒀어요.

너무 많은 개미들이 빨리 지나가벼려서 셀 수가 없었어요.

 


개미들은 어디서 오는지 끊임없이 계속 왔어요.

순백이는 ‘이렇게 많은 개미들이 살려면 개미집은 얼마나 클까?’ 궁금해졌어요.

틀림없이 밥을 문 개미들이 집으로 가는 걸 거예요.

개미들도 먹을 걸 가지고 가면 엄마 아빠가 맛있는 음식을 해주실 테니까요.

순백이는 밥을 물고 가는 개미들이 가는 대로 따라가 보았어요.

개미들을 따라가 보니 담 밑에 작은 구멍으로 개미들이 들어가고 나오고 있었어요.

순백이는 개미집 문이 너무 작아서 약간 실망했어요.

이렇게 많은 개미들이 들어가는데 더 크고 근사한 문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밥을 물고 온 개미들은 밥을 물고 들어가서 밥을 놓고 다시 나오는 것 같았어요.

나오는 개미들은 아무것도 물고 있지 않았으니까요.

 


개미들이 들락날락하는 걸 한참 들여다보던 순백이는 갑자기 장난이 치고 싶어졌어요.

개미집 문을 막으면 개미들이 어떻게 하나 보기로 했어요.

순백이는 주변을 둘러보곤 새끼손톱보다 작은 돌을 하나 주웠어요.

그리고 돌을 개미집 문에 살그머니 얹어놓았어요.

그랬더니 밖에 있는 개미들이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았어요.

“아이구, 바보 개미들, 거기가 집인데.”

순백이는 개미에게 손가락질하며 약 올리듯 얘기했어요.

 


그런데 잡자기 올려놓은 돌이 한 번 들썩했어요.

어어, 하고 순백이는 다시 돌을 봤어요.

그러자 돌이 또 한 번 들썩하고 움직였어요.

들썩 들썩

돌이 움직이더니 조금씩 돌이 옆으로 움직였어요.

개미집에서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작은 틈이 생겼어요.

틈에서 개미들이 나오더니 돌 이쪽저쪽을 물고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개미들은 자기 몸보다 몇 배는 큰 돌을 끌고 갔어요.

순백이는 개미가 그렇게 힘이 센 줄은 몰랐어요.

영차, 영차

개미들은 열심히 돌을 움직여서 풀이 있는 곳에 갖다 놓았어요.

 


“순백아.”

할아바지가 저쪽에서 오고 계셨어요.

“할아버지~”

순백이는 벌떡 일어나 할아버지께 달려갔어요.

순백이가 달려가 할아버지 다리에 안기자 할아버지는 한손으로 순백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오늘 잘 놀았니?” 하고 물으셨어요.

할아버지는 다른 손에 봉지를 몇 개 들고 계셨어요.

순백이는 “예, 잘 놀았어요.” 대답하고 할아버지 한 손을 잡고 흔들면서 물었어요.

“할아버지, 그런데, 어디 갔다 와요?”

“장에 갔다 왔지. 할머니한테 우리 순백이 맛있는 거 해주라고 하려고.”

“아아~, 그랬구나.”

 


“그런데, 우리 순백이 뭘 그렇게 보고 있었니?”

할아버지께서 물으셨어요.

“응, 개미 보고 있었어요. 개미가 자기보다 큰 돌을 물고 움직여요.”

“응, 그랬구나. 근데 순백이는 그거 아나?”

“뭔데요?”

“개미 똥꼬에서 꿀이 나오는 거 말이지.”

“정말요? 사루비아 꽃처럼?”

할아버지가 빙긋이 웃으면서 말씀하셨어요.

“그래, 그렇지. 사루비아 꽃처럼.”

“한 마리 잡아서 빨아보렴.”

 


순백는 지나가는 개미들을 살펴보다가 제일 커 보이는 녀석을 한 마리 집어 들었어요.

큰 게 꿀이 많이 들었을 것 같았기 때문이지요.

순백이는 왠지 모르게 개미 똥꼬 꿀이 사루비아보다 더 달 거라고 생각했어요.

순백이는 눈을 감고 개미 똥꼬를 혀끝에 때고 “쪼~ 옥”하고 빨았어요.

 


“아, 퉤! 퉤퉤.”

“아, 셔!~”

순백이는 침을 퉤퉤 뱉고는 혓바닥을 내밀어서 손부채질을 쳤어요.

입안에 온통 신맛이 퍼져서 자꾸만 침이 나왔어요.

 


“아~, 셔! 할아버지 왜 거짓말 했어?”

 


“할아버지가 순백이 이뻐서 장난 한번 친 거지. 허허허”

할아버지는 허허허 웃으시면서 순백이 머리 위에 대고 손사래를 치셨어요.

 


“개미 똥꼬 맛이 어떻지?”

할아버지께서 물으셨어요.

“셔요!”

“그래, 개미 똥고는 시지?”

“응.”

“그 신맛 내는 걸 개미산이라고 하는 거야.”

“개미산?”

“신맛이 나는 걸 어려운 말로 산이라고 한단다. 그래서 개미에서 나는 신맛이라고 해서 개미산이라고 부르는 거지.”

“아~, 그렇구나.”

 


할아버지께서 순백이를 번쩍 들어서 안으며 말씀하셨어요.

“우리 순백이 신거 먹었으니 할아버지가 장에서 사온 맛있는 꿀떡 줘야겠다.”

“꿀떡이요? 야~ 맛있겠다.”

“들어가서 할머니랑 같이 먹자꾸나.”

 


순백이는 할아버지 팔에 안겨서 마당으로 들어섰어요.

그러자 마당에 묶여있는 누렁이가 할아버지를 보고 반가워서 펄쩍펄쩍 뛰었어요.

순백이가 누렁이를 보고 소리쳤어요.

“야, 누렁아. 개미 똥꼬는 신맛이야! 넌 몰랐지?”